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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 수집금지 추진배경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 가능
번호유출꺼려 도용 악순환
외국선 주민번호 요구 안해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반드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거부하면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지난해 7월 448개 사이트를 조사했더니, 447곳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회원 가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확인해 보니, 나머지 한 곳도 같은 방식으로 바꿨다.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은 회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이유를 “본인 확인을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왜 본인 확인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는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다. 유출되거나 엉뚱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정보보호진흥원이 지난해 10월 네티즌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91.8%가 제공하기 꺼려지는 개인정보로 주민등록번호를 꼽았다.


정현수 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팀장은 “인터넷 사이트는 요구하고, 내 것을 제공하기에는 꺼림칙해하는 상황이 주민등록번호 도용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보호진흥원 설문조사에서도 12%가 타인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막는 조처=인터넷 사이트의 회원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시키기로 한 정보통신부 방침은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김남철 정통부 정보이용보호기획담당 사무관은 “주민등록번호는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이지, 인터넷 업체들의 회원 관리용이 아니다”라며 “도용을 막는 수단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회원 등록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보보호진흥원이 지난해 2~10월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신고된 개인정보 침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56.4%에 이르는 4400건이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보호진흥원은 “인터넷 사이트마다 회원 등록 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게 번호 도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풀이했다.



정보보호진흥원이 지난해 10월 네티즌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네티즌들은 인터넷 사이트나 서비스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때, 친구나 가족 것을 우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험자 중에는 72.7%가 필요하다면 가족 것을 도용하겠다고 밝혔다. 61.8%는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통해 만들어서, 56.8%는 본의 아니게 알게 된 타인 것, 54.8%는 친구 것, 26.8%는 직장 동료 것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네티즌들이 흔히 경험하는 주민등록번호 도용 사례로는,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등록 신청을 했을 때, 이미 등록돼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다. 누군가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회원 등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통부는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회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회원의 본인 확인이 필요하면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도록 권할 방침이다. 또 성인 인증이나 연령에 맞는 마케팅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생년월일을 받아 이용하도록 권하기로 했다.


김 사무관은 “게임업체 넷마블이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미성년자 회원을 등록할 때는 주민등록번호 대신 생년월일을 입력하게 하고 있는데, 서비스 제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외국에서는?=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처럼 국민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나라는 많다. 하지만 한번 받은 번호는 평생 바꿀 수 없게 하면서 인터넷 사이트 회원 등록 때 입력하게 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은 국민들에게 사회보장번호를 부여한다. 하지만 사회보장번호 공개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따라서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사회보장번호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인터넷 사이트 회원 등록이나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일본도 주민기본대장카드가 있지만, 이곳에 입력되는 주민표 코드의 민간 이용은 금지된다. 또 주민표 코드는 해당 주민의 신청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


정현수 팀장은 “주민등록번호는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통합시키는 열쇠말 구실을 한다”며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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