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멋진 생각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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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같은’ 작태와 작별할 날은? |
| 2004-02-09 19:39 | VIEW : 2,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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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역 근처 길을 지나다 ‘빅 이슈 재팬’이란 잡지를 팔고 있던 50대의 일본인 남성을 만났습니다.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기에 옷이 조금 지저분할 뿐인 ‘홈리스’입니다. 구걸하는 거지가 아니라 잡지를 파는 홈리스입니다. 근사한 집에 살면서도 돈을 구걸하다시피하는 ‘거지같은’ 한국의 몇몇 정치가를 떠올려보았습니다.
▽홈리스와 거지
실직 등으로 집이 없어져 신주쿠 등 지하철역 주위 지하보도, 우에노 공원, 스미다가와 강 주변 등에 종이상자나 판자로 움막을 짓고 자는 이들이 ‘홈리스’입니다.
스미다가와 강가에서 본 움막은 목공기술을 가진 홈리스였는지 여기저기서 구한 판자로 근사하게 지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재주를 가진 홈리스는 방 안을 캔버스로 삼아 멋진 그림을 그려놓고 삽니다. 여름철 우에노공원에서 세탁물을 빨래줄에 말려놓고, 나무 사이에 쳐진 그물침대 위에 누워, 라디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독서를 즐기는 로맨티스트 홈리스를 발견하는 일도 그렇게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에게 돈을 구걸해 얻어먹는 ‘거지’하고는 뜻이 다르지요. 실제 모습도 다릅니다.
서울의 지하철 역 주변이나 시내버스에서 구걸하는 이들과 달리 이들은 일을 합니다. 주로 재활용 폐지나 빈 깡통을 수집해 도매상에 넘기거나 읽고 버린 주간지와 만화책등을 주워 싼 값에 되파는 수입으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아니면 밤 늦게 빵집이나 스시집 등에서 음식을 얻습니다. 당장 먹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내일은 팔 수 없어 버릴 수 밖에 없는 음식이지요. 주인들도 이들에게 제공하는 편이 쓰레기로 버리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기꺼이 제공합니다.
▽잡지 ‘빅 이슈 재팬’
이 남성도 홈리스이지만 지금은 어엿한 ‘잡지 판매원’입니다. 얼굴사진이 들어있는 ID카드를 목에 걸고 행인이 많은 길에서 잡지를 들고 서 있는 것이 일입니다.
다가가서 두 권을 산 뒤 그에게 오늘 몇권이냐 팔았는지 물어봤습니다.
“아침부터 38부 팔았습니다. 저녁까지는 아마 60부쯤 팔 것 같습니다”
이 정도 돈이면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요. 그래선지 약간 웃더군요.
월 1회꼴로 발행되는 30쪽 안팎의 잡지 ‘빅 이슈 재팬’은 지난해 9월부터 오사카의 시민단체가 ‘홈리스’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처음 발행했습니다.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존 버드라는 사람이 비슷한 취지에서 처음 만든 잡지 ‘빅 이슈’의 일본판이지요.
홈리스가 잡지판매 희망자로 등록을 마치면 한 부 200엔의 잡지 10부를 처음에 무료로 받습니다. 이걸 팔아 생기는 2000엔이 ‘자본금’이 됩니다. 이후에는 90엔에 사서 200엔에 팔아 권당 110엔(약1100원)의 수입을 얻게 됩니다.
최신호인 4호 주요 내용을 보면 일본의 인기 여배우 인터뷰, 사교육비에 멍드는 한일 사정 등 국내외 화제성 소식과 함께 스포츠, 영화, 패션 등 비교적 시의성에 관계없는 이슈들이 대부분입니다. 월 2회 발행을 목표로 했지만 번역, 기사작성, 편집, 인쇄 등을 모두 자원봉사자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월1회 발행에 머물고 있지요.
▽진정한 시민단체
오사카 사무국에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한 자원봉사자는 “현재 잡지 판매인으로 등록해 신분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180명이나 이중 실제로 판매종사자는 130명 가량”이라면서 1인당 평균 한달에 500~600부를 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추운 12월과 1월에 7만부 이상 팔렸기 때문에 날이 따뜻해지면 판매부수도 늘고 판매희망자도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그의 목소리는 희망에 찬 것이었습니다.
현재 7만4000부의 발행부수가 열 배로 늘어날 것을 기원합니다.
정기구독을 하고 싶다고 하자 그는 인터넷 주소를 통해 신청하라고 하더군요.
빅 이슈 재팬’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http://www.bigissuejapan.com/ 입니다.
그는 조심스레 덧붙였습니다.
“정기구독은 사실 요금이 비쌉니다. 그래서인데 가능하다면 판매원을 만나면 그때 직접 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편하자고 정기구독하려던 제가 한방 먹은 셈입니다. 정기구독자를 늘려 사무국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 보다, 잡지판매를 하는 홈리스를 만났을 때 사람들이 200엔 짜리 잡지를 사주는 것이 원래 그들의 활동 취지에 더 부합하는 것입니다. 홈리스를 만날 수 없는 지방에 산다던가 하는 사정상 연간 1만5000엔(약 15만원)을 내고 정기구독을 하는 사람도 100여명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단체에는 격려의 엽서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별찬조금을 내놓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수천명에 이르는 일본의 홈리스. ‘빅 이슈 재팬’ 잡지 한 권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것은 명확합니다. 그렇지만 집은 없으나 구걸하지 않고 자립을 위해 애쓰는 일본의 홈리스와 그들을 헌신적으로 돕는 이들 시민단체의 뜻은 높이 살 만합니다.
그들의 활동을 취재하며 자꾸 떠올리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대궐 같은’ 집에 살면서도 기업에 ‘정치자금’이란 근사한 이름으로 돈을 구걸하다시피하는 한국의 일부 정치인, 그럴듯한 이름의 ‘봉사단체’를 만들어서는 일 할 생각은 뒷전이고 정부나 지자체에, 기업에 손부터 벌리려는 이들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한마디로 ‘거지 같은’ 이런 작태와 작별할 날은 언제일까요.
도깨비뉴스 리포터 지안 jian@dkb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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