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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제환의 Inter-Tainment] 관리, 염두에 두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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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제환의 Inter-Tainment] 관리, 염두에 두고 있나요?











옥제환 (컬럼니스트)

2003/12/12











align="left" valign="top" border="0" hspace="4">영종도에 으리으리한 시설로 가득 찬 신공항이 처음 생길 때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인터넷 전화기였다. 공항에 비치된 인터넷 전화기는 인터넷 검색은 물론, 이메일 전송과 동영상 감상까지 가능해 신공항의 등장과 함께 달라지는 미래 세상을 보여주는 이정표 같은 것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관광안내 키오스크가 생겼을 때에도 ‘서울에 처음 온 외국인이나 관광객에게 유용한 도우미가 되겠구나. 참 편리하겠네’라고 생각했었다. 관광 키오스크는 근처의 관광지와 교통안내는 물론 숙박과 환율정보에 이르기까지 편리하게 만들어진 관광도우미로서 곧 광역시마다 들어서게 됐다.



그러나 얼마 전 공항에서 다시 본 인터넷 전화기는 사용되지도 않고, 그나마 몇몇은 고장나 제 기능을 잃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도심 한복판에서는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고, 전원도 들어오지 않아 작동 조차 되지 않는 흉물스러운 관광 키오스크도 보였다. 너무너무 더러워서 손가락으로 눌러서 조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상태로 무뚝뚝하게 시체처럼 서 있는 모습.



곳곳에 잘 계획되고 잘 만들어지고 칭송받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시작의 화려함이 금새 잊혀진 채 뿌연 먼지와 무관심 속에서 나뒹굴고 있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땀을 흘려 결실을 이뤄내면서도 탄생한 결과가 좋은 평가를 받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처럼 무관심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시작과 끝이 한결같다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프로젝트에서, 제품 생산에서, 인간관계에서 소위 ‘중간관리’를 한다는 것은 매우 피곤하며 잔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우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관리는 새로운 재화의 생산에 준하는 값어치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과연 중간 관리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나?”



‘maintenance’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 사회는 유독 간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 생긴 지하철, 버스, 공공시설, 화장실, 자동판매기, 운영자가 사라진 커뮤니티 등, 군대를 제외하고는 ‘maintenance’가 적합하게 이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화려한 플래시 효과를 이용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오우~”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지게 만들어진 웹페이지도 업데이트할 엄두를 내지 못내고, 처음 만들어진 내용 그대로 몇 달 동안을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홈페이지로 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한 때 각광받았던 마일리지 제도도 현재 결국 서비스 업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그래밍, 디자인, 프로젝트 기획, 제품 설계, 상품 기획, 상품 제작 등 IT에 관련된 전 영역에서 너무 급히 일정에 쫓기고 출시 당시의 품질 관리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나는 처음에 만드는 사람이지 관리는 다른 사람이 할거야’라는 무책임한 핑계들들이 난무하는 것은 아닐지.



여러 디자이너, 개발자, 엔지니어, 기획자, 마케터, 경영자들을 만나고 실제로 그들과 함께 일을 해 봤지만 ‘프로젝트를 완성한 이후 관리를 위해 편리한 관리툴과 관리 지침, 마인드, 관리 비용을 고려하는’ 것을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중간관리나 사후관리에 대한 제안을 하면 스스로가 피곤해지는 일이 많이 생기게 될 뿐이다.



제품,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만들 시 단지 ‘완성’ 자체나 ‘스포트라이트’에 너무 치중하지 않고 어떤 일정과 시스템으로 관리될 것이며 그 관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를 떠맡고 있는 책임자가 공석이 돼도 후임이 무리 없이 프로젝트를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각 시스템이 유기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직장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모니터 위의 먼지를 닦아내는 일, 이런 작은 일들도 어찌보면‘maintenance’의 시작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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