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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제주도

[여행/제주도] 한라산을 오르다. 영실-어리목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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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3일.

아침 일찍 일어 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한라산이다. 오우! 한라산이라니! 내가 한라산을 오른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예전부터 책에서만 보아왔던 그런 광경을 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설레인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기는 했지만,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지는 못했다. 2층 침대에서 후딱 일어나서 대충대충 옷을 걸친다. 이미 다른 분들은 모두 출발하셨는지 자리를 뜨고 없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제주 시외 버스터미널로 뛰어 갔지만 타려고 했던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 역시나 여행 일정을 지키는데 가장 큰 문제는 잠이다. 한라산 등반시간이 넉넉했다면 이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텐데. 그리고 제주도에 들어 온지 벌써 3일째, 계획은 대충 잡혀 있지만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가는것이 느껴진다. 왠지 마음이 급해진다.

버스를 놓치고, 어디 갈 곳이 없으니 다시 예하게스트 하우스로 발길을 옮긴다.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아침을 먹지 못했다는것을 깨달았다. 달걀이 무료이니, 달걀후라이(?)를 두개 한다. 하나는 만들자 마자 그 자리에서 먹어 버리고 나머지 한개는 토스트를 구워서 그 사이에 넣어 먹는다. 토스트를 무려 세조각을 해 치운다. 그리고 후식으로 귤도 몇개 먹는다.

시간은 남고 멍하니 할 일도 없고, 다시 컴퓨터로 가서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탱자탱자 보낸다. 물론 내일 일정은 정해져 있으니, 모레는 어디를 가 볼까 검색을 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제주도 거기 볼게 뭐가 있다고 1주일이나 돌아 다니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최소 1주일은 돌아 다녀야 어디가서 "아~ 제주도 갔다 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제주도에서 섬만 해도 기본적으로 우도와 마라도를 가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관광지라도 들릴 요량이라면 적어도 제주시와, 중문에서 하루씩을 보내야 할 것이고, 무려 15개나 되는 올레길도 몇개 걸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차타고 휭~ 갔다가, 휭~ 온다면이야 할 말 없다. 만고 내 생각. ㅎ.

버스 출발 시간 10분전. 대충 검색을 종료하고 산에 올라갈때에는 반드시 챙겨야할 물도 받도록 한다. 겨울이니 당연히 뜨거운 물을 받아야 가야 할 것이다. 혹시나 버스를 또 놓칠까봐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걸음을 서두른다.

1100 도로 버스 기둥

1100도로를 지나는 버스를 타고 영실 매표소로 향한다.


영실 매표소로 가기 위해서는 제주 시외 버스터미널에서 천백도로 버스를 타면 된다. 천백도로는 제주시에서 한라산을 가로질러 중문으로 가는 버스로서 한라산의 1100고지를 지나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버스는 4월~10월까지인 하절기와, 11월부터 3월까지인 동절기의 버스 시간이 다르니 출발하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1100도로

천백도로행 버스는, 1100 고지를 지나서 영실매표소(A지점)를 잠시 들린다.


버스가 드디어 출발한다.

가는 동안 날씨가 우중충하다. 비록 백록담으로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멋진 한라산을 보고 싶었는데, 출발할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날씨를 보니 마음도 우중충해 진다.
들어왕봅써, 몬딱 있수다. 제주도스러운 간판.

들어왕봅써... 이곳이 제주도라는것을 다시 한번 깨 닫는다.

우울한 하늘

하늘이 우울하다. 이래서야 등산을 제대로 하겠어?


버스가 산으로 진입했다는 것은 바깥 풍경으로 알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시간이 지날 수록 바깥 풍경이 점점 하얗게 변해 간다. 제주도 아랫쪽은 눈 하나 볼 수 없었으나 올라가니 눈이 녹지 않고 있는것을 볼 수 있었다.
눈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정도는 약과

잎은 하나도 없고, 눈만 쌓여 있구나..

참.
한라산 등산로는 총 4곳이 있다.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이렇고 총 4개의 코스가 있다.
한라산 등반 코스

한라산 등반 코스의 시작 위치는 4군데가 있다.(등산지도는 네이버가 짱)


영실과 어리목은 다른 두곳에 비해서 등산 거리는 짧아서 좋기는 하지만, 백록담으로 가 볼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현재는 윗세오름 북벽까지만 가 볼 수 있도록 등반을 제한해 두었기 때문이다.
어리목,영실 코스는 백록담에 갈 수 없다.

어리목/영실코스는 북벽까지만 갈 수 있고, 백록담까지 올라 갈 수 없다.


관음사 코스는 초보자들은 피하는게 좋다고 하고 성판악 코스는 힘들기는 하지만 백록담까지 올라 갈 수 있는 코스이다.

당근 나 같은 초보는 쉬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법. 선택한 코스는 영실 코스로 올라가서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우선 몇가지 검색을 통해서 알아 봤는데, 보다시피 영실 코스는 백록담의 서쪽 방향에 있고, 어리목으로 올라가는것 보다는 영실쪽으로 올라 가는것이 한라산의 서쪽 절경을 구경하기 좋다고 한다. 다음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성판악코스로 등산, 관음사코스로 하산 하는 경로를 이용해 보아야 겠다.

영실 코스는 선택했다면, 버스를 탈때 주의해야 한다. 지도를 찬찬히 살펴 보면 제주를 위 아래로 가로지르는 1100 도로 중간에서 영실이 있는데, 그것만 보고 그냥 영실 가는 버스를 타면 곤란하다. 영실 삼거리에서 매표소까지의 거리가 3km 정도 되기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표소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골라서 타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엄하게 아스팔트 도로만 1시간을 걷게 될 것이다. 위에 설명을 잘해 두었으니 영실 코스를 이용할때에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자.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실 매표소까지는 버스로 약 50분의 시간이 걸린다. 같이 간 일행이 있다면 피곤한 사람들은 한 잠 자도 될 만한 시간이니, 몸을 잘 풀어 주도록 하자. 어느덧 시간을 흘러 흘러 50분이 지나고, 영실 매표소에 도착했다.
영실매표소

영실 매표소. 관리사무소. 아.. 오나전 눈밭이다.

매표소에 도착했을때, 버스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서 내렸다. 다들 설경을 구경하기 위해서 모여든 등반객들인가? 모두들 한껏 챙겨입은 모습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입장을 한다. 눈이 상당히 많이 왔다. 산은 역시 눈이 잘 안 녹는구나... 표를 끊고 출발 하자.

저어기 앞서 가는 아저씨가 보인다. 중간에 스쳐지나갈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다.

매표소를 지난다고 해서 바로 산길이 이어지는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스팔트가 이어져 있고 덕분에 길이 더 많이 미끄럽다. 제설차가 지나다녔지만 그 덕분에 눈이 얇게 깔려, 아스팔트 길위에 아이젠을 착용해 봤지만 덜컥거려서 오히려 더 걷기가 힘들어 바로 벗겨냈다. 미끄덩 미끄덩거리며 계속 걸어간다.

하얗게 쌓인 눈. 바닥 조차 보이지 않는다.

제설차가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눈사람 1. 눈매가 날카롭다.

눈사람 2. 이 눈 사람은 무려.. 코도 있다. 입술 두께는 나 처럼 썰어서 한 접시. ㅎㅎ

길 가다가 마주친 표지판. 헉... 세상에...


허억! 세상에 아까 내린곳은 다만 "매표소" 일 뿐이던가? 등산로 입구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 다시 더 걸어가야 비로소 등산로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산에 왔더니 날씨가 대박 좋다. 저 멀리 한라산 백록담의 서북벽이 보인다.

산에 도착을 했는데 날씨가 정말로 좋다. 출발할때에는 우울했던 날씨가 이렇게 좋을 수가. 하늘에 구름 한 점없이 상쾌한 날씨다. 비록 기온은 낮아서 콧물을 훔치면서 걸어야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맑은 날씨가 있을 수 있다니. 이날은 제주도에서 보기 드물게 날씨가 좋은 날 이었다고 저녁뉴스에서 확인했다. 등산을 할때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편인가 보다. 고등학교 3학년때 지리산 일출도 첫번째 등산때 보았으니 말이다.

영실 휴게소 도착. 바로 옆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매표소에서 한 50분정도 걸어서 영실 휴게소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더 짧게 걸려야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서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이런 -_-; 매표소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근 1시간씩이나 걸리도록 해 두었다니. 이건 마치 "여기서 10분만 올라 가면 정상이예요" 라고 말하는거와 같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인건 휴게소까지 제설차가 꾸준히 다니면서 길을 정리해 줘서 여기까지 쉽게 올라 올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휴게소에서 하산할 뻔...

자.. 잠깐. 저 모양은 차 같은데...

응? 휴게소 옆으로 보이는 저 물체는...저건.. 분명히 차 같은데... 차가 맞았다. 눈이 많이 온 상태에서 차가 눈에 파 뭍혀 있는 상태였다. ㅎㄷㄷ. 저것도 분명히 어느정도 치워서 저정도 쌓인 것 일텐데, 도대체 산에는 눈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을까?

휴게소에서 김밥 한줄을 구매한다. 이런거 원래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 아닌가? 두줄씩 판매하는것 같던데, 혼자 먹을건데, 두줄이나 필요 할 것인가? 한줄만 사겠다고 하면 한줄씩 판매 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이곳에서 미리 준비해간 아이젠을 다시 착용 한다.

휴게소 바로 옆으로 등산로 입구가 이어져 있다.
세계자연유산입간판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설명과 코스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등산로 입구

여기는 등산로 입구. 정말이라구! 절대 막아 둔게 아니라구!!

저건 분명히 등산로 입구가 맞다. 그냥 눈을 쌓아둔게 아니다. 분명히 등산로 입구다. 처음에는 얼핏 보고, 길을 막아 둔 것인지 알았다. 그곳으로 향하면 여기부터 진짜 등산이 시작될거라고 말하듯이 등산로 입구부터 눈이 가득 쌓여 있다. "시간 경과로 등산을 하실 수 없습니다." 라고 되어 있는데, 저것이 입구를 막고 있으면 입산을 해서는 안된다. 입구를 막고 있지 않으니 입산을 해도 되는거다. 혹시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ㅎㅎ

이제 시작인가? 헛둘헛둘. 몸을 세차게 돌리고. 출발! (헉헉. 벌써 숨이 찬다. -_- )

흠.. 이게 길이긴 한데 말이지..

한라산에 대해서 설명해 둔 표지판은 눈이 먹어 치워 버렸다.

곳곳에 내가 어디즈음에 왔는지 알려주는 코스 표지판이 있다.

정말 미끄럽다. 길이 등산객들로 인해 눈으로 다져졌다.

헉! 저기까지 올라 가야 한 단 말이야?

정말 오지게 눈이 쌓여있다.

이런길을 걸어 갈때에는 아이젠은 필수다.

등산로를 안내하는 끈 따위는 이미 눈에 파 뭍혔다.

올라 가는 도중에 등산로를 안내해주는 끈 밖으로 발을 디디는것은 부지기수다. 위 사진에서도 알 수 있다 시피 끈 자체가 눈에 파 뭍혀 있기 때문에 길을 제대로 알 수 없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밟고 올라간 흔적이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발을 디딜 뿐인것이다. 실수로 발을 한번 옆으로 헛 디딘다면 "겨울 등산 허벅지 눈 드립"은 더 이상 드립이 아닌것으로 변한다. 정말로 난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 걍 구라까는걸로 느꼈었다. 그런데 -_-;; 정말로 눈이 허벅지까지 푹푹 빠진다. -_-;; 심지어 -_- 등산로 안내봉이, 안내판을 내가 밟고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아놔 -_-;;

높은 곳에 올라와서 일까? 올라 가면 올라 갈 수록 날씨가 맑아 진다. 정말로 행운!! 그리고 불행!! 날씨는 이렇게 좋은데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다.정말.. 10m걷고 -_- 헥헥 거리고..다시 10m 걷고 -_- 헥헥 거리고를 반복한다. 그리곤 갑자기 하늘이 뚫였다.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어! 이젠 "10분만 더 가면 정상인거야!!"


이곳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꺄오!

교과서에서 스캔뜬 장면이 아닙니다.


드디어 백록담의 서북벽이 보인다. 우와! 정말로 멋지다. 세상에 내가 이런 모습을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사진으로만 보던 모습을 말이다. 정말로 감격스럽다. 정말로 맑은 하늘에 멋진 설경까지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정말 내 생에 최고의 산행이다.

서북벽의 오른쪽.

서북벽의 왼쪽.

왼쪽편에 보이는 경관에 대한 설명. 눈이 녹으면 폭포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한다.


지금 서 있는 곳은 경치를 구경해 놓으라고 만들어 둔 곳이다. 서북벽과 폭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뻥 뚤린 곳에 관람대(라고 할 것도 없는)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간다. 올라 오시는 분들은 모두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한다. 의외로 혼자서 오신 분들도 몇분 있었고, 그 분들 혹은 가족끼리 온 사람들의 사진을 자청해서 찍어 주면서 좀 쉬었다. 사진을 찍어주었더니 자발적으로 귤이며 초콜렛을 대가로 지불해 주셨다. 참으로 맛나더라. ㅎㅎ. 

나도 한 판. 으흐~ 몸무게가 최고조에 들어 섰을때구나~ ㅎ.

맞아. 맞아. 나무로 만들어둔 계단 따위는 이미 아오안.

올라 갈 수록 하늘이 뻥뻥 보인다.

산 아래도 한번 굽어 보자.

그곳에서 20여분 넘게 쉬다가 쉬다가 다시 길을 재촉한다. 이곳부터는 능선을 따라서 등산로가 나 있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정확하게 이곳까지만 힘들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정말로 경치를 즐기는 등산을 할 수 있다. 잠시 경치 구경을 하도록 하자.

능선을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된다.

기암괴석들.

경관에서 보이는 방향에 따라 오름 설명도 잘 되어 있다.

눈이 많이 와서 키작은 나무들은 모두 눈에 파 뭍혔다.

바람결을 따라 얼음이 얼어 있다.

그래도 푸를 놈들은 여전히 푸르다.

눈꽃. 가지마다 달린 눈꽃. 마치 솜처럼 달려있다.

높이 인증샷. ㅎ.

아... 그렇게 멋진것을 이렇게 밖에 못 찍다니... 아쉽다.

오름들이 보인다. 높이가 낮은 곳은 이미 눈이 녹아 푸르다.

이건 그냥 아이스크림이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

이것 역시 스캔 뜬게 아닙니다요~

멀리서 보이던 서북벽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말했다시피 아까 관람대 부터는 계속해서 이런 길만 이어져 있으므로 올라 오던 것에 비해서 매우 빠르게 길을 재촉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길을 재촉하지 말고, 경치를 구경하도록 하자. 그리고 되도록이면 정말로 맑은 날을 골라서 등산을 하도록 하자. 올라 올때에는 "내가 왜 이런짓을 할까?" 하겠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꺼다.

한 겨울에 한라산을 찾으신 많은 분 들. 정말로 행운이십니다요~

나무로 만들어 놓은 길은 곳곳이 녹아 있다.


이곳에 만들어 둔 나무길을 눈이 왔을때는 오히려 불편했다. 어느 곳에서는 눈이 녹아 있지만, 또 다른 곳에는 눈이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것이 꽤나 불편했다. 조금 걷다보면 계속 덜커덕 거리니 말이다. 그렇다고 아이젠을 벗고 걷기에는 눈이 쌓인 부분이 훨씬 더 길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버튼을 누르면 착! 나오고 다시 누르면 착! 들어 가는 그런 아이젠은 없을까? 

적당한 위치에서 인증샷. ㅎ. 물론 다른분에게 부탁했다. ㅎ.

으우오왕앙~ 멋져~ 또 가고 싶어!!


이 길을 따라서 끝까지 걸으면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다. 저 모퉁이만 돌면 말이다. ㅎㅎ. 정말로 저 모퉁이만 돌아서 몇분(...)만 더 걸어 가면 윗세오름 대피소다.

윗세오름대피소의 위용.

컵라면 먹으러 가잣!


원래 대피소나 산장에 오면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바로 컵라면을 사러 들어 간다. 어두워 -_-. 밖은 구름한 점 없는 날씨고, 눈이 햇살을 반사시켜서 눈 부시도록 밝은데, 안에 들어 갔더니 이건 무슨 산적 소굴도 아니고, 너무 어두웠다. 산적 소굴이라는 용어를 단지 어둡기 때문에 쓴것은 아니다. 안에 들어가면 초췌한 몰골의 사람들이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라면을 먹고 몸을 녹이는 모습을 보았다면 누구든지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는다. 물론 젖은 양말을 말리는 사람이 있다는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컵라면 가격은 당연히 아랫쪽보다는 비싼 가격이다. (제주도에서 사용한 돈을 모두 정리해 두었는데,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겠다.) 당연히 각종 물과 초코바들의 가격 역시 더 비싸다. 하지만 그것이 대수랴. 컵라면 한개를 사서 물을 받고 밖으로 나온다. 역시 산이라서 그런지 물은 소중하다. 정확하게 컵라면 표준선 에 맞춰서 뜨거운 물을 부어 주신다.

라..라면이 익지를 않아.. ;;

분명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부었지만, 밖은 춥기도 하고 얼마나 바람이 불던지 결국 라면은 꼬들꼬들하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괜히 사람들이 산적소굴에 쪼그려 앉아서 컵라면을 먹고 있던게 아니었다. -_-. 하지만 오우! 컵라면이 맛있다. 물에 반쯤 불은 면이지만, 국물은 원샷을 해도 될 정도지만 맛있다. 역시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배고플때 먹어라."

게스트하우스에서 떠 왔던 뜨거운 물을 꺼내어 스프도 하나 먹는다. 스프 먹을 만한 그릇이 없으니 보온 물병 뚜껑에 풀어 먹는다. -_- 당연히 보온 물병 뚜껑이 작다. -_- 그래서 결국 라면을 다 먹고 라면 그릇에 부어서 먹었다. 라면기름 맛과 스프의 만남. 물 조정도 잘못해서 닝닝한 스프의 맛이란. 참... 오묘했다고 할 수 밖에. 그것마저도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휘리릭~ 날아 가는 바람에 그곳의 까마귀들에게 헌납했다는것 밖에... 그래도 그나마 따뜻한게 들어 가니 온 몸이 녹는다. 찬 바람에 얼어 있던 콧물까지 녹아서 나를 훌쩍이를 만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초췌한 몰골이었으리라.

먹잇감을 노리는 까마귀들... 자칫하면 내가 먹는것에 달려 들 기세


간단히 보온물병 뚜껑을 세척하고.(응? 당연히 눈 + 화장지로 하는거 아닌가? 눈으로 슥슥슥슥. 물론 내 손 전체를 내입에 넣고 싶을 정도로 깨질듯 아프다는 점만 빼면 참아 줄 만큼 세척은 가능하다.) 쓰레기를 모은다. 대피소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비닐 봉지를 하나 준다. 이 비닐봉지는 여기서 발생시킨 쓰레기는 봉지에 모아다가 고스란히 내려 가라는 의미다. 이 봉지를 가방에 넣어도 좋겠지만 가방을 매고 앞쪽 어깨끈에 달아 두면 가방안에 냄새도 스며들지 않고, 내려가다가 보이는 쓰레기들도 쉽게 담아서 내려 갈 수 있어서 편리하고 좋다.

먹고 났더니 이제서야 이곳의 구조가 눈에 보인다. 영실/어리목 코스를 선택한 이상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백록담으로 올라갈 수는 없지만, 윗세오름 북벽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백록담을 향해서 조금 더 다가 가 볼 수도 있다.

여기는 윗세오름 입니다요~ 저 멀리 백록담이 있겠지?

윗세오름 북벽 방향의 등산로


하지만 이쯤에서 그냥 돌아 가도록 결정한다. 곧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북벽을 향한 길이 막힐 것이고, 지금 당장 출발 한다고 해도 나중에 하산하는 길이 길어져서 지금 체력으로 견뎌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한라산은 취사 및 숙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늦으면 아예 등산로를 폐쇄하여 사람들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한다. 혹시나 체력이 다 떨어져서 못 내려오면,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야 있겠지만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생기니 무리하게 움직일 수는 없다.

대피소를 뒤로하고 하산길을 어리목으로 잡는다. 안녕~

윗세오름에서 어리목으로 향하는 길은 일정 거리 동안은 아까처럼 계속해서 높낮이 차이가 나지 않는 길을 계속 걷기 때문에 경치를 구경하기 좋다. 내려 가면서도 충분히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아.. 이곳은 툰트라?


한라산을 등반하면 알게 되겠지만, 윗쪽으로 갈 수도록 나무가 높이 자라지 못한다. 이게 그 유명한 "툰드라" 일까? 툰드라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산이 더 높아야 하고, 온도도 더 낮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눈이 온 한라산 정상부는 낮은 나무들이 눈에 뭍혀서 마치 툰트라 지역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나무들이 눈에 뭍혀서 마치 평원에 풀이 듬성듬성 자라 있는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깃발. 소리 없는 아우성. 뭐 그냥 그렇다고. ㅎ.

이런 길 싫어! T_T


윽. 이번에는 돌 길이다. 이런 길은 아까 말했던 나무길 보다 더 안 좋다. 나무길은 어느정도 부드러워서 아이젠을 신고도 어떻게든 걸어 갈 수 있었지만, 이런 길을 걸을 때마다 소름끼치는 쇠와 돌의 하모니를 들을 수 있다. 덕분에 몸도 들썩 거리고, 발목에 무리도 많이 간다. 하지만 마찬가지고 여전히 눈이 곳곳에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벗기가 애매한 구간이다. 일부러 등산로를 살짝 비켜 걷는 사람도 만날 수 있는데, 이는 좀 위험한 짓으로 보인다. 물론 등산구간이 길 옆이 바로 절벽은 아니었지만, 눈이 워낙 많이 쌓여 있어서 눈 아래의 지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눈을 헤치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발도 많이 피곤할 듯 싶다.

한발 옆으로 디뎠을때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물 먹는데는 잘(?) 정비 되어 있다.

소떼가 풀이라도 뜯어 먹어야 할 것 같은 너른 평원.

거의 극지방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내가 이런 길을 걷고 있다니! 영화 같은 길을 걷고 있다니!

떼구르르. 어렸을때 잔디밭에서 구르던것 처럼. 떼구르르.

저 멀리 아까 그곳이 보인다.


내려오는 길에 목이 마르다. 눈이 쌓여서 습기가 있을텐데 목이 마르다니? 라고 묻는다면 한번 걸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떠 온 물은 아까 다 마셨고... 그런데... 목은 마르고..ㅇ. 그러니 눈을 먹을 수 밖에... 읭? 눈? 응. 눈. 눈을 한 웅큼 집어서 잘 뭉쳐 입에 넣는다. 안 뭉치고 넣으면 입만 시릴뿐 물이 별로 없으니, 잘 뭉쳐서 넣는게 중요하다. 입안은 시리지만 어느정도 갈증은 해소 되는 듯 하다.

아. 물이다. 내려오는 길에 2번 정도의 샘물을 만날 수 있다. 꼭 목을 축이자.

이런 -_- 눈을 퍼 먹자 마자 샘이 나온다. -_-;; 내 더럽고 치사해서 안 먹지... 못한다. -_-; 먹어야 살지.ㅎ. 거의 다 내려 온 듯 하지만 그래도 모르니 물병에 물을 받아두자. 그리고 우걱우걱(?) 목도 충분히 적셔 두자.

샘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기는 하지만, 눈에 쌓여서 안 보일 수 있다. 잘 찾자.


이곳을 지나치고 나서 곧 다리가 풀렸다. 눈길에 아이젠을 착용하기는 했다지만, 워낙 지나다닌 사람이 많고 밑으로 내려 올 수록 눈이 많이 녹아서, 눈을 콱콱 밟아도 미끄러지기 일수다. 그래서 내 다리 뿐만 아니라 엉덩이도 혹사를 당한다.

에이! 더 이상은 못가!! 때려 죽어도 못가!!! 하며 길 한쪽으로 나와서 넉다운 된 채로 누워서 쉬고 있으니 뒤에서 들려오는 촤차차착~ 소리.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뒤로 돌아 봤더니 왠 아저씨가 초 스피드로 내려 오신다. 저 속도는 걷는 속도가 아니라는것을 깨닫는 순간 내 옆을 지나가는 아저씨. 발견했다. 아저씨는 미끄럼을 타고 오신거다. ;;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그냥 손,발로 방향을 조정하시면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 가시는 중이셨다. 그 아저씨가 빛의 속도로 멀어지는것을 보면서 또 한번 깨닫는다.

오!!!
"나도 해야지" -_- 훗.

이 길은 걷는 길이 아닙니다. 미끄럼 타는 길입니다.

정말 초 고속으로 내려 왔다. -_-/b 따봉~! 이건 뭐 걷는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것도 여러번 하다 보니깐 요령이 생겨서 왠만하면 멈추지 않는다. 발로 브레이크를 잡고, 손으로 방향을 잡고, 가끔씩 엉덩이에 고문을 가하는 나무 뿌리들은 몸을 들썩거려가면서 일사천리로 하산을 한다.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차마 -_- 미끄럼을 타지 못하고 얼른 먼저 내려가서 미끄럼 타기를 반복한다. 덕분에 남들보다 2배는 빠른 하산길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풀린 다리도 고치고(?) 말이다. 

뒤늦게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가 길이 미끄러워서 그랬던 것인데, 내가 그렇게 미끄럼을 타고감으로 해서 길이 더 미끄러워졌을꺼고, 덕분에 내 뒤에 내려올 사람들은 더더 미끄러운 길을 걸어서 내려 왔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_- 뭐 어쩔 수 있나. 이미 지난 일. ㅎ. 근데 만약에 다음에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미끄럼을 타지 않을 자신이 없다. -_-;;; 우선 나 부터 살고 봐야지. 

어리목 입구에 거의 도착했다.

미끄럼도 타고, 후딱 걷기도 하고 해서 빠른 시간에 어리목 입구까지 거의 도달했다. 위 사진의 다리를 건너고 계단을 좀 올라 가고 그리고 조금 더 가면 어리목 등산로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그 계단이 정말로 힘들었다. -_- 몸이 제일 힘들때였으니 제일 힘든것은 당연지사. 몇 개 되지도 않는 계단인데 그렇게 힘들수가 있나. 계단을 지나고 몇분만 걸으면...

드디어 도착! 어리목 코스 등산로 입구!

오후 3시 30분이니 지금시간에는 당연히 입산 금지다.

어리목 코스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 영실코스랑 똑같이 생겼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기는 했다.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괜히 생각보다 일찍 내려 왔다는 생각에 윗세오름쪽으로 길을 잡아 보는것인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버스시간을 알아 보러 매표소에 들러 시간을 여쭈어 보았는데 시간이 애매하다. 아~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안내하시는 분이 탐방 안내소에 구경할 만한 것도 있으니 들어 가서 구경도 하고 몸도 좀 녹였다가 가라고 한다. 추운 밖에서 기다리는 것 보다야 훨씬 좋지 않겠냐라는 말에 얼른 탐방 안내소로 향한다.

탐방안내소로 향하는 길. 굳이 표지판을 보지 않아도, 고개만 돌리면 보인다.

내가 저곳을 지나쳐 왔을까?

탐방 안내소는 새 건물인 듯 했다.

제주도에 대한 지형 소개 및 식생들에 대해서 설명되어 있다.

탐방안내소는 새 건물인듯 했다. 안은 잘 꾸며져 있었으며, 제주도 지형 및 식생에 대해서 설명되어 있었다. 1,2층으로 구분되어져 있고, 2층에는 테라스에 탁자와 의자도 내 놓고 있어 날씨가 좋을때는 커피 하나 사 들고 밖에 앉아 있어도 좋을 듯 했다. 그리고 1층에는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몇대 설치 되어 있으니 입구 안내하시는 분에게 말씀을 드리고 사용하면 된다. 항상 말하지만 이런곳의 계시는 분들은 친절하시니 궁금한 것은 모두 물어 보고 정보를 얻도록 하자.

그렇게 버스 시간은 다가 오고 버스를 타러 내려 간다. 내려가는 길에 매표소에 계신분에게 인사하는것은 잊지 않는다. 어리목 매표소에서 버스타는곳인 어리목 삼거리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그러므로 버스타러 갈때에는 그 시간을 염두해 주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가는 길은 아스팔트로 되어 있다. 제설차가 얼마나 열심히 치웠는지 알 수 있다.

이곳은 눈을 치웠는데 이 정도다. 허벅지 드립이 거짓말이 아니다.

계신분들은 모두 일행이다. 많다. 나만 혼자다. 쓸쓸.

이곳에서 버스를 타면 제주시 혹은 중문/서귀포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아까 탐방안내소에서 쉬면서 검색을 해 보았는데, 아직 숙소를 정해지는 못했지만 일단은 제주시로 향하기로 한다. 아무래도 등산을 했으니, 몸을 풀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찜질방에 갈 예정이니 말이다. 그래도 그나마 길이 익숙하고 방향이 잡히는 제주시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역시나 시간표가 있다. 아직 2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영실휴게소에서 구매한 김밥이 이제서야 떠 오른다. 떡이 되어 있지만 맛있다. ㅎ.

정류장 앞쪽으로는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어리목 코스로 이동할 수 있다.

네네. 저도 환영합니다~ 이렇게 멋진 경관을 보여줘서 감사하기도 합니다.

제주와 중문을 오고가는 버스 도착.

사진 찍는다고 밀렸다. 쩝. 덕분에 뒷바퀴가 있는 불편한 자리에 앉아 갔음.


이제는 정말로 익숙한 제주시에 도착을 했다. 단 3일만에 익숙해졌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익숙하기는 하다. 바로 찜질방으로 갈까 하다가, 내일 일정인 "거문오름" 정보도 찾고, 모레 도착하기로한 친구들과의 일정도 맞추기 위해서 PC방으로 향한다.

흠~ 담배 스멜~. 자리가 없어서 흡연석에... 흑흑.


1시간이나 PC방에 체류. 오늘은 고생했으니 맛있는거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거의 맛집 검색만 1시간;; 마침 자려고 했던 찜질방 근처에 있는곳을 발견하고 이동했으나... 그곳은 찾지 못하고... 또 -_- 또 -_- 삼대국수에서. ㅎㅎ

이제는 정말 익숙한 삼대국수 가게. 오늘의 메뉴는 국밥이다. 가격은 4.5천원.

돼지 국밥 맛이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돼지 국밥!

짜잔~ 깔끔하게 비웠음. ㅎ.

든든하게 기름으로 속을 채웠으니, 이제 찜질방으로 이동한다. 이번에 간 찜질방은 황금불가마 찜질방. ㅎ.첫째날 갔던 찜질방에 얼마나 안 좋았으면 -_- 두번째 갔던 찜질방의 이름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까? 위치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을 등지고, 왼쪽으로 길을 잡고 큰길따라 직진으로 25~30분 정도 걸어 가면 나온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CGV(15분소요)를 지나고, 제주동부경찰서(30분소요)를 지나기 직전에 있다.

3일째 숙박은 황금불가마.


이곳은 첫날 갔던 KAL 호텔 근처의 찜질방 보다는 백배 좋으니 혹시나 저렴하게 하루 묶을 곳을 찾는다면 이곳을 추천한다.(7개월이나 지나서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ㅎㅎ) 시설도 이곳이 훨씬 좋고 규모도 크며 따뜻하기도 하다. ㅎ. PC방 같은 시설도 잘 되어 있고 말이다.

참고로 나는 이번이 첫번째 겨울 산행이다. 스스로 준비해보는 첫번째 산행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주의할 점들을 몇가지 상기해 보자.

1.
겨울에 높은 산을 탈때는 반드시 아이젠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겨울 산은 눈이 아직 녹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한라산만 해도 그렇다.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도라고는 하지만 높이가 높으면 남쪽 따위 짤 없다.

2.
반드시 등산화를 준비하자. 등산화가 없다면 나 처럼 트래킹화라도 준비해야 한다. 더 중요한것은 방수가 되는 신발인지의 여부다. 이번에 제주도에 오기 전에 구매한 트래킹화는 방수가 되는 고어텍스 소재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산행 완료후에도 양말이 거의 젖지 않았었다. 발이 젖으면 동상에 걸리기 십상이다.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스패츠를 착용하는것은 괜히 하는것이 아니다.

트랙스타. 트래킹화. 코브라. 코어텍스. 보아 시스템.

위 사진은 제주도에 오기 전에 구매한 트래킹 화이다. 트랙스타에서 나왔고, 이름을 "코브라"다. 고어택스 소재로 되어 있어서 방수 부분에 대해서는 좋은 성능을 낸다. 그리고 신발끈 처리에 스노우 보드화에서 쓰이던 보아 시스템이 적용 되어 있다. 레버를 돌려서 신발끈을 묶었다 풀었다 하므로 신발을 신고 벗을때 편리하고 좀 더 꽉 묶어 줄 수 있어 발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내 생애 제일 비싼 신발. 1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완전 추천하는 제품. - 어리목삼거리에서 만난 아저씨/아주머니 일행들 중에서도 무려 4명이나 이 신발을 신고있었고 다른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더 놀랐음. 그리고 나는 절대 트랙스타랑 관련있는 사람이 아님. 신발이 좋아서 추천하는 것일뿐임.

3.
바람막이는 반드시 준비 할 것. 한라산의 경우에는 위로 올라갈 수록 나무의 높이가 낮아지기 때문에 바람이 심하게 분다. 꼭 좋은것이 아니더라도 하나쯤은 필요하리라 본다. 당일치기 산행에서는 두꺼운 패딩보다는 오히려 바람막이가 더 유용하다고 생각 된다.

4.
물은 당연히 챙겨야 한다. 가서 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게 좋다. 미리 챙기지 못했다면 휴게소나, 대피소, 산장에서 구매 하도록 하자. 나 처럼 눈을 퍼 먹는 일을 겪기 싫다면 말이다.

5.
무리 하지 말자. 여유롭게 올라 왔다고 해서 여유롭게 내려 가는것은 아니다. 하산에서는 마음도 풀리고, 다리도 풀린다. 당연히 사고도 내려가는 길에 더 많이 난다.

6.
오랜만에 등산이 힘들었을테니, 다리를 잘 풀어 주도록 하자. 초보자들은 특히 더 그래야 한다. 과도한 운동에 다음날 아침에 되면 분명히 다리가 뭉치리라. 그러므로 따뜻한 물에 몸을 잘 풀어 주도록 하자. 그래야 다음 스케쥴에 문제 없이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적어 놓으니깐 내가 무슨 전문가처럼 보이는데, 이건 전문가라서 적어 두는게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고 내가 겪었기 때문에 적어 두는거다. 위에 적었다시피 나 혼자서 준비하는 첫번째 겨울 산행이었다. 산행에 익숙하신 분들이 읽으시면 태클 좀... ㅎㅎ

아무튼 6번의 법칙에 따라서 찜질방에서 팔 다리를 1시간동안 열심히 풀어 주고 내일을 기약하기로 한다.
물론 뜨뜻한 물에 몸을 불리고 때도 벅벅 밀었다. ㅎ. 시원하니 좋네~ ㅎ.

수고했어 아이젠, 신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다리.


P.S.
무려 7개월이나 지난 뒤에 적은 글이다. 그러므로 그때의 사실과 현재의 기억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아놔. 글 적는데 도합 6시간이나 걸렸네 -_-;;;; 그리고 스압이 장난이 아닐것 같은데.
글을 두개로 나누려다가 -_- 한라산 등반이라는 1개의 내용이어서 그냥 한 글에 해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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